여행

브리티시컬럼비아의 그레이트 베어 우림지대 항해하기

  • 여행 거리 833km
  • 08마리의 회색곰과 흑곰
  • 06곳의 고래 관찰 지점

그레이트 베어 우림지대의 이끼로 덮인 신비한 황야를 누비는 크루즈 여행의 목적은 바깥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었습니다. 고래와 교감을 나눠보기도 하고 연어를 먹어 치우는 곰들을 숨죽여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머나먼 해안을 따라 더할 나위 없이 럭셔리한 카약타기, 하이킹, 항해 코스로 진입하면 야생동물에 대한 지식과 이야깃거리로 분위기를 더욱 북돋아 주는 퍼스트 네이션 원주민만이 우리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줍니다. 희귀한 흰색 스피릿 베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움직였지만 숲과 바다, 여러 생물의 무리도 벅찬 감동을 선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 일차
바다로의 탈출
BC 해안의 중간 지점, 벨라 벨라의 외딴 소도시로 향하는 프로펠러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정신없이 공항에서 여행을 시작한 탓에 고요함은 잠시 저만치 사라져버린 듯했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보트에 도착하자 1등 항해사 레이첼은 우리를 정돈된 선실로 신속히 안내해 주었고 거기서 바로 짐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도로 가득 찬 조타실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선원들과 M/V 아일랜드 로머에게 우리를 소개했습니다. 캡틴 잰더호가 엔진을 가동하고 문명이 사라진 항해를 시작할 때쯤엔 이미 아래쪽 주방에서 풍겨올 가정식 저녁 식사의 향기를 상상하며 여유로운 흥취에 젖어 있었습니다.
2 일차
수달과 곰, 고래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수백 마리의 바다표범을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과 맛있는 블루베리 머핀 향기에 잠이 깨었습니다. 조디악 탐험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줄 우의를 걸친 다음 천상 락스타인 론이 엄마 회색곰과 새끼들이 연어를 맛있게 먹는 광경을 포착했습니다. 배영으로 헤엄치던 수달이 점심을 위해 보트로 돌아가는 우리를 무심하게 바라봤지만, 곧 또 다른 생물이 우리의 식사 시간을 방해했습니다. “고래다!” 쥐고 있던 포크도 던져버린 채 갑판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 고래 떼를 바라보았습니다. 보트 아래쪽으로는 혹등고래와 밍크고래도 있었습니다. 비록 참기 힘든 냄새가 나긴 했지만 고래 떼의 강타에 몸이 축축히 젖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보고 싶던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을 같은 날에 모두 만난 뒤 선원들은 내일의 경로에 대해 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선장의 지도 위에 보이는 퇴적지와 피오르드의 구불구불한 모습이 스파게티처럼 보이는 건 내 탓인지, 아니면 저녁으로 먹은 파스타 때문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3 일차
자연으로의 귀환
일행 중 한 명과 함께 아침 식사 전에 나서 물 위에는 우림지대가, 물 아래에는 해조류가 가득한 해안을 따라 카약을 타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항해 중 가파른 절벽 면을 따라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지점에 이르자 잰더호가 떨어지는 물줄기 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스릴을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마치 마릴린이 자연 그대로의 물줄기로 머리를 감듯이 말이죠! 점심을 마친 뒤에는 이끼로 뒤덮인 숲을 지나 산란 중인 수천 마리의 연어로 가득 찬 물줄기까지 하이킹을 즐겼습니다. 굶주린 곰을 흥분시킬 연어 떼는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거의 반사 상태에 이른 것 같았습니다. “좀비 연어인가?”라는 궁금증과 함께 좀비 곰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변에서 보았던 기운 넘치는 두 마리 새끼에게 연어를 뜯어 먹이던 엄마 회색곰은 꽤 활기차고 건강해 보였으니 그럴 리 없겠죠.
4 일차
곰의 영혼
상류를 향해! 바람과 쌍안경만 있다면 스피릿 베어의 중심지 프린세스 로열 아일랜드에서 종일 항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줍음 많은 흰색 흑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채 여러 시간이 지나자 선장은 비숍 만 상부에 있는 천연 온천을 보여주겠다며 우리의 관심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따뜻한 온천도 5미터 전방에서 커다란 연어로 사시미를 뜨는 대머리 독수리가 나타나자 론의 외침에 따라 갑작스러운 아드레날린의 분출과 함께 흐릿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모두가 연어를 먹는 것 같았기에 우리는 주방장 자넬이 연어 구이 별미 요리를 돕기 위해 작은 주방에서 열심히 연어를 토막 내기 시작했습니다. 360도로 펼쳐지는 일몰을 즐기기 위해 조타실로 가지고 올라갈 피칸을 올린 애플 크럼블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거기엔 글레나가 평소처럼 라운지에서 사진 작가 허버트가 그날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며 꿈같은 장면을 되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5 일차
물 위의 행복
고무 장화를 신고 따뜻한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와플과 커피와 함께 조디악으로 진입합니다. 어느덧 보트에 타기 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아름답고 편안한 일상에 녹아들었습니다. 선실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곧바로 일어나 바깥 경치를 바라보았습니다. 물 위로 뛰어오르는 혹등고래와 번식지에서 울부짖는 큰바다사자, 망원경을 든 구경꾼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끼 덮인 바위 사이에서 물장구치는 한 마리의 흑곰 등 여러 야생동물이 이따금 계속해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흑곰은 점심거리를 찾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매일 아침 자넬이 만든 오늘의 맛있는 점심 메뉴는 무엇일까 기대하던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메뉴에 대한 기대는 따뜻한 캠프용 부츠를 신고 웅크린 자세로 책을 읽을 때도 계속되어 저녁 메뉴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습니다. 매일 밤, 후면 갑판에서 별빛 아래 칵테일을 즐기며 정박지마다 바뀌던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6 일차
퍼스트 네이션의 노하우
오늘 아침에는 지역 퍼스트 네이션 가이드인 “베어 위스퍼러”와 함께 했습니다. 그는 절벽을 따라 걷다가 원주민들이 먹었던 야생 음식과 "베어 스톰프"를 가리켰습니다. 덩치 큰 이들이 서로의 발자국을 "곰처럼 힘차게 밟아" 트레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지는 배로 돌아와 버려진 고대 마을터의 잔해, 배와 동물의 암면 조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날 밤 허버트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우리는 그의 슬라이드쇼를 감상하며 눈 깜짝하는 사이 흘러간 한 주를 향수 어린 느낌으로 돌아보았습니다.
7 일차
문화와 대구
뱃머리 근처에서 출몰한 문명은 머나먼 클렘투 원주민 마을의 형태로 나타났고 조지는 안팎의 거대한 토템 기둥과 함께 호화로운 장식으로 솟아 있는 전통 가옥 빅 하우스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작은 박물관에서 묵직한 전통 가면을 써본 다음, 마을 어른들로부터 옛 이야기와 전설에 대해 들었습니다. 조지는 특히 곧 열릴 인기 있는 그레이트 베어 우림지대 해변 농구 경기에 대해 기대가 큰 모습이었습니다. 밤 시간 항구의 상용 어선을 둘러보다 아이디어를 얻은 우리는 보트 한쪽에서 서둘러 대구 낚시를 시작해, 자넬이 신선한 만찬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넉넉히 대구를 낚았습니다.
8 일차
고향에서의 배회
마지막 날 아침 다 같이 모인 갑판에는 옅은 안개 사이로 햇빛이 뚫고 들어와 신비한 무지갯빛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깃털로 만든 "이야기 막대"를 돌리며 각자가 감명받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즐겁게 웃으며 회상에 잠긴 우리는 결국 스피릿 베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일랜드 로머가 벨라 벨라 부두에 다시 묶이자 모두들 포옹하며 현실로 돌아갔습니다. 저 멀리 안갯속으로 노 저어 가는 한 대의 카약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